100년 넘은 美하수처리장 서성이던 남자…리모델링으로 대박 낸 사연은

 

김동우 투모로우워터 대표
용지 절감하는 획기적 설계
노후 폐수시설 개보수 공사
밀워키 등서 연이어 수주 낭보
美공장 짓는 韓기업도 러브콜

 

투모로우워터가 ‘턴키’ 방식으로 수주한 미국 조지아주 앱솔릭스의 폐수처리장 현장 사진. 투모로우워터

“처음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우리 기술이 미국에서 경쟁력이 있겠냐고요. 그런데 ‘압축성장’으로 발전한 우리 기술이라면 승부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최근 미국 애너하임에 위치한 투모로우워터 본사에서 만난 김동우 투모로우워터 대표는 17년 전 미국 진출 계기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투모로우워터는 국내 대표 수처리 중소기업 부강테크가 2008년 미국에 세운 자회사다.

당시 국내 수처리 기업들은 해외 진출 경로를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회계사 출신인 김 대표는 수처리 사업이 기본적으로 공공수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미국이 적합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은 1000조원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수처리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상하수 처리시설을 본격적으로 건설한 지가 벌써 100년이 넘었다. 김 대표는 “어느 날 밀워키의 한 하수처리장을 찾아갔는데 블루프린트(설계도)에 ‘1919년 작성’이라고 써 있었다”며 “‘100년 넘은 시설을 아직도 쓰고 있다고?’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리모델링 시장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08년 진출 이후 10년 넘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상태가 지속됐다. 상하수 처리 관련 글로벌 기업이 이미 미국 시장을 차지했고, 회사의 현지화 전략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공공기관이 현지 시장에 처음 진출한 한국 기업에 일감을 줄 리가 만무했다.

김동우 투모로우워터 대표

역시나 출구는 기술력이었다. 김 대표가 미국 진출의 희망을 엿본 밀워키에서 첫 성과를 낸 것이다. 바이오필터를 통한 자사의 용지 집약 기술인 ‘프로테우스’ 기술로 미국 물위원회(TWC)가 주관한 하수 혁신기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잦은 폭우로 하수처리장 범람이 잦았던 밀워키시가 손을 내민 것이다.

투모로우워터의 프로테우스 기술은 처리시설에 들어가는 땅과 시설을 종전 대비 5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설계 기술로, 세계적인 물 산업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물 산업 선도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22년 밀워키시와 180억원 규모 하수처리장 개선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며 “물꼬를 트고 나니 캘리포니아주, 하와이주, 조지아주, 코네티컷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수주 계약을 체결하거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폐기물 처리와 바이오가스 생산기술, 고농도 질소폐수 처리 기술, 슬러지 감량화 기술 등 핵심 기술을 모두 개발해 하나의 프로세스로 갖고 있는 세계 유일의 수처리 기술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사업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투모로우워터는 모기업인 부강테크를 능가하는 매출과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부강테크는 322억원, 투모로우워터는 42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공공 영역을 넘어 민간 기업과도 활발히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풀무원, SK를 비롯해 다수 국내 기업의 미국 공장 내 폐수 처리시설 건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 이어 최근에도 900억원 규모 대형 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이 늘어나면 폐수 처리시설 건설도 더욱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모기업인 부강테크는 지난해 말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력과 턴키 서비스 외에 자금까지 패키지로 제공해 미국 시장에서 메이저 물 산업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애너하임 박윤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