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하수처리장 활용 친환경 IDC 혁신 선도… 척박한 美시장 개척했죠"

 

지속가능 하·폐수처리시스템 UN 등재
밸류체인에 AI·ML 적용 설계시간 단축
'전기먹는 하마' IDC 오명 탈바꿈하기도
글로벌 수출 자신감… 2026년 IPO 추진


김동우 부강테크 대표. 박동욱기자 fufus@


국내 대표 水처리 기업 '부강테크'


"기술, 비전, 리더십이 없으면 '리딩 컴퍼니'가 되기 어렵습니다. 미래 하수처리장에 대한 비전을 그리다가 '코-플로우 캠퍼스(Co-Flow Campus)'라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미래의 리딩 컴퍼니는 단순히 매출액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서 세상에 임팩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플로우 캠퍼스가 그런 모델 중 하나입니다."

남들이 외면했던 환경 문제에 일찍 눈을 뜬 기업이 있다. 국내 대표 수(水)처리 기업으로 꼽히는 부강테크다. 돈도 안 되는 걸 왜 하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원천기술을 만들어냈다. 부강테크의 지속가능 하·폐수처리시스템은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플랫폼에 등재됐고, 에너지 절감형 질소 제거 환경신기술 '아나목스(AMX)' 기술을 개발해 2020년 대한민국 특허대상(세종대왕상)을 수상했다. 지난 3월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는 동탄산업훈장을 받았다.

25년간 환경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걸어온 김동우(57) 부강테크 창업자 겸 미국법인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집념을 놓치지 않았다. 40대 '인생의 황금기'를 미국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바쳤지만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계·컨설팅 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많은 거래기업이 부도를 맞는 것을 지켜본 그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1998년 부강테크를 창업했다. 이후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그는 하수처리 역사가 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8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자회사 투모로우워터(Tomorrow Water)를 설립해 '캘리포니아 타이틀 22(Title 22)' 인증을 획득했다. 이 회사는 최근 애플도 NDA(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해 오는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 당시 41세였다. 어느 날 좀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에 미국 시장 진출을 결심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는 아침에 출근하면 청소하고 회계장부도 직접 만들었다. 기왕 시작했으니 리딩 컴퍼니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미국 시장은 투명해서 숏컷(지름길)이 없다. 임원들에게 5년이면 사업이 완성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벌써 15년이 됐다"고 회고했다. 부강테크에서 석·박사 전문인력은 40%가 넘는다. 힘들게 기술을 쌓은 AI팀은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부단히 R&D(연구개발)에 힘쓴 결과, 부강테크는 유기성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바이오가스 생산, 슬러지 감량, 고농도 질소 폐수처리 등 3대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하수처리 시설을 설계, 시공, 운영하는 밸류체인 전반에 AI(인공지능)·ML(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6개월~1년 정도 걸리던 설계 시간을 하루, 빠르면 1시간으로 단축하는 자동설계 SW(소프트웨어)도 특허를 냈다. 세계 유수 회사들과 경쟁입찰이 붙어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회사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조지아주 코빙턴에 있는 SKC 자회사 앱솔릭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폐수처리 시설 턴키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그는 "GS건설 투자 유치 후 자체 R&D에만 187억원, 미국 법인에 든 비용까지 합쳐 300억원을 투자하다 보니 5년간 적자를 기록했다"며 "재벌 정도 덩치가 되지 않는 한 혁신기업이 살아남기 척박한 토양이지만, 올해 들어 신규 기술 개발과 수주를 이어가며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으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미국 시장을 원천기술 하나로 공략해 자리잡은 데 이어 부강테크는 최근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하수처리장 내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짓는 코-플로우 캠퍼스 사업모델이 핵심이다. 코-플로우 캠퍼스는 4차산업혁명으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IDC와 하수처리장, 지방자치단체와 '윈윈'하는 모델이다. 부강테크의 하수처리 기술인 '프로테우스(Proteus)'를 적용하면, 하수처리장 부지를 지하화해 부지를 85%까지 절감할 수 있다. 부강테크는 지난 2018년 준공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에도 완전 지하화를 위한 기술을 제공한 바 있다.

Co-Flow Campus


이렇게 확보한 하수처리장의 여유 부지는 친환경 IDC를 설립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지자체는 토지 장기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상생하는 구조다. 특히 친환경 시대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IDC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 IDC에서 발생하는 열은 운영비용의 30~50%가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전기에너지를 써서 냉각시켜야 한다. 부강테크가 구상하는 코-플로우 캠퍼스에서는 하수처리장을 통과하면서 냉각된 물을 순환해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비용 절감효과가 큰 만큼 탄소배출권 획득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부강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는 "5G·6G 시대에는 통신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클라우드 사업자는 IDC를 도심에 짓기를 바란다"며 "혁신기술을 적용해 도심 하수처리장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환경 후진국으로 평가 받지만 이 모델을 활용하면 환경 분야에서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한 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수출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올해가 흑자를 내고 선순환으로 돌아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6년 IPO(기업공개)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16년 UN 활동을 할 때 주변에서 '작은 회사가 그런 걸 왜 하느냐'고 하더라. 지금은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한다. '포장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아니라 혁신기술을 확보하고 환경경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묵묵히 걸어왔다"고 말했다.이어 "새 비전을 제시하고 오랜 기간 헌신하면 리더십이 저절로 따라오더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100년 만에 일어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세상에서 일상을 민감하게 보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지자체장이 코-플로우 캠퍼스를 현실화해 미래형 모델을 만들어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미국 WEFTEC 2022에서 프로테우스를 주제로 전시회에 참가 중인 부강테크 자회사 '투모로우워터'의 전시 부스. 부강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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