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슬러러(SiO2+CeO2 혼합, 유기+무기입자 혼합 슬러리)
하나의 슬러리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CMP 슬러리 기술은 오랫동안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화학 반응성이 강한 세리아(CeO₂), 그리고 안정성과 재현성이 뛰어난 콜로이달 실리카(SiO₂). 각각의 장점은 분명했지만, 동시에 명확한 한계도 존재했습니다.
이 두 소재의 장점을 동시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바로 하이브리드 CMP 슬러리입니다. 최근에는 단순한 혼합을 넘어, 공정 목적에 맞게 기능을 분담한 ‘설계형 슬러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왜 하이브리드 슬러리가 등장했는가
초미세 공정 환경으로 접어든 CMP 공정은 더 이상 단일 성능 지표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요구 조건에 직면해 있습니다. 충분한 제거율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과도한 화학 반응성은 공정 결과의 변동성을 키우고 패턴 손상 위험을 동반합니다. 반대로 스크래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마 강도를 낮추면, 공정 시간이 길어지고 생산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납니다.
이처럼 제거율과 안정성, 속도와 균일성 사이의 균형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단일 소재 기반 CMP 슬러리는 공정 조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공정 노드, 패턴 밀도, 소재 조합이 달라질 때마다 슬러리를 바꿔야 하는 구조는 공정 운영 측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업계는 하나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슬러리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눌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CMP 슬러리입니다. 산화막과의 화학적 반응을 담당하는 세리아(CeO₂)와, 기계적 연마의 안정성과 균일성을 담당하는 실리카(SiO₂)를 결합한 혼합 슬러리, 그리고 연마를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유기 입자와 무기 입자를 함께 설계한 혼합형 슬러리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단일 소재의 성능을 보완하는 타협안이 아니라, 공정 요구 사항을 기능 단위로 분리해 하나의 슬러리 안에서 재구성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CMP 슬러리가 더 이상 ‘연마재’가 아니라, 공정 특성에 맞춰 설계되는 공정 제어 요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응성과 안정성의 역할 분담
하이브리드 슬러리가 의미를 가지는 공정 영역
이러한 특성 덕분에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단일 소재 슬러리로는 한계를 보였던 공정 영역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STI CMP 공정에서는 질화막 손상을 억제하면서도 산화막 제거율을 확보해야 하고, Logic 및 Memory BEOL CMP 공정에서는 Low-k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균일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고밀도 패턴 공정에서는 디싱과 에로전을 억제하면서 공정 윈도우를 확장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이처럼 기존에는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했던 조건에서,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절충이 아닌 ‘동시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하이브리드 슬러리가 단순한 소재 조합이 아니라, 공정 요구 사항을 재구성하는 접근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SiO₂ + CeO₂ 혼합 슬러리
SiO₂ + CeO₂ 혼합 슬러리는 두 가지 입자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분담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슬러리입니다. 세리아(CeO₂)는 산화막과의 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제거율과 선택비를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실리카(SiO₂)는 기계적 연마 과정에서의 안정성을 제공하며 스크래치 발생을 억제하고 제거 균일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단순히 *“어느 입자가 더 많이 제거하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정 조건에 따라 어떤 입자가 연마 메커니즘의 주도권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는가입니다. 특정 조건에서는 세리아의 화학적 반응성이 전면에 나서 제거율을 확보하고, 동시에 실리카가 과도한 연마를 완충해 표면 손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즉, 혼합 슬러리는 두 소재의 평균값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역할이 전환되는 동적 구조를 지향합니다.
유기 + 무기 입자 혼합 슬러리: 연마를 제어하는 또 하나의 축
하이브리드 슬러리의 또 다른 흐름은 유기 입자와 무기 입자를 함께 사용하는 혼합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 유기 입자는 단순한 연마재가 아니라, 공정 전반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입자 간 충돌을 완화하고, 패드와 웨이퍼 사이의 접촉 상태를 제어하며, 미세 결함 발생을 억제하는 완충재(Buffer)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무기 입자가 제거율이라는 ‘힘’을 담당한다면, 유기 입자는 그 힘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유기 입자는 연마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공정의 톤을 낮추고 결과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기여합니다.
하이브리드 슬러리의 기술적 난이도
개념적으로 매력적인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구현 단계에서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동반합니다. 서로 다른 입자가 혼재되면서 응집 가능성이 커지고, 분산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또한 pH, 제타전위, 점도와 같은 물성 제어가 복잡해지며, 장기 보관 시 슬러리 안정성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단순한 ‘혼합의 문제’가 아니라 ‘제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와 개발은 혼합 비율 자체보다, 입자 크기를 차별화하거나 표면 개질을 통해 상호 간섭을 최소화하고, 공정 조건에 따라 반응성이 전환되도록 설계하는 정밀 제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공정 이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질문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공정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CMP 폐수의 복잡성을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입자가 혼재되면서 분리와 응집 난이도가 증가하고, 유기·무기 혼합 고형물에 대한 처리 이슈가 발생합니다. 나아가 슬러리 재사용이나 입자 회수 전략을 설계하는 과정 역시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제 슬러리 선택은 공정 성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슬러리는 공정 밖에서 어떻게 관리되는가?”라는 질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타협안’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CMP 슬러리는 세리아와 실리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절충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반응성과 안정성을 분리하고, 연마와 제어의 역할을 나누며, 공정 윈도우 자체를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즉, 하이브리드 슬러리는 하나의 슬러리로 더 많은 공정 선택지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며, CMP 슬러리가 ‘소재’에서 ‘설계 요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