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하수처리시장 도전

 

시장을 다변화하라

BCS 공법은 김해, 포천, 진천, 홍천의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영중 하수처리시설, 양평 개인 하수처리설 등 100여 곳에 다양하게 보급되었다. 그만큼 부강테크의 주력 기술이었고 효자 기술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BCS 공법에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환경기술에도 엄연히 트렌드가 존재하듯이 BCS 공법에만 의존한 채 변화에 뒤쳐지면 곧 한계를 드러내고 말 것이 자명했다. 미디어에서 가축분뇨 비판기사가 쏙 들어가던 무렵 우리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틈새시장인 가축분뇨 처리시장에서 위상을 다지고 회사 신뢰도와 지역별 영업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보다 큰 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바로 부강테크의 기술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하루 처리량 5천 톤 이상의 중·소규모 하수처리 시장이었다.

 

BBF 개발(2002)

우리가 선보일 새로운 기술은 BBF(Bio-Filtration, 생물 여과) 기술이었다. BCS 공법이 전국 가축 분뇨처리장에 다양하게 보급되며 부강테크의 입지를 굳혀주고 있었지만 처리 용량이 5천 톤이 넘어가는 하수처리장에서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여과기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GE나 지멘스 등이 가진 Membrane기반 기술이다. 둘째는 생물여과기술로 150년 이상의 수처리 역사를 가진 Veolia Water, Suez, Degremont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이다. Membrane 기술은 생물여과기술보다 높은 수질을 맞출 수 있으나 비싸다는 단점이 있고 Membrane 필터 교체가 필요한 만큼 유지비도 비싸다. 따라서 먹는 물 수준의 정화가 아니라면 용량이나 수질을 고려했을 때 생물여과가 경제적이라는 판단 하에 우리는 생물여과기술을 선택했다. 유럽 등에서 충분히 검증되었고 가장 진보된 기술이라 평가받는 생물여과기술이 우리의 새로운 청사진이었다. BBF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우리에겐 이렇다 할 기술적 기반이 없었다. 창업 초기 중소기업과의 기술협약으로 BCS를 개발했던 우리는 이번에는 대기업과의 상생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환경사업부문을 토목부문에 편입하는 등 환경사업을 접는 추세라 기술을 인수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SK건설에서 원천기술 수준으로 개발한 생물여과기술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미완성이었으나 토대는 마련한 셈이었다.

BBF는 BCS 공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일단 용량계산부터 완전히 달랐다. 연구팀과 설계팀은 복잡한 그림 정도로 보이는 BBF 설계 도면을 무작정 익히며 설계 도면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우리는 가축분뇨처리시장을 넘어 하수처리시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BBF 공정도

BBF 공정도

 

BBF의 고향(2004)

2004년 BBF는 광주 도척 하수처리장의 고도처리 공정에 첫 적용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오포 하수처리장을 수주하며 순탄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쉬운 현장이 한 번도 없었던 우리에게 BBF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도 광주는 국내 최초로 오염총량제가 시행된 지역이었다. 오염 총량을 낮추면 타 분야의 개발권을 따낼 수 있어 지자체에서는 기존보다 더 낮은 방류기준을 충족시킬 난도가 높은 적정기술을 요구했다.

BBF가 첫 적용된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속출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난관은 준공된 처리장을 재시공한 것이었다. 사건은 먼저 오포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했다. 시운전 중인 일부 산기관이 부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었다. 오포 하수처리장과 동일한 공법으로 설계된 도척 하수처리장도 문제가 생길 것은 뻔했다. ‘이미 시공이 진행된 만큼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처리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어쩔 수 없는 고민이었다.

광주시 도척 공공하수처리시설

광주시 도척 공공하수처리시설

오포 공공하수처리시설 전경

오포 공공하수처리시설 전경

그러나 맑은 물, 맑은 시장, 맑은 업계를 지향하는 우리의 꿈은 환경기업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할 자존심이자 양심이었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도척 하수처리장까지 재시공하는 결정을 내렸다. 1년이라는 추가 기간과 매출의 절반인 5억여 원의 보수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술을 제대로 적용시키겠다는 우리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BBF는 우여곡절 끝에 첫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며 첫 실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것은 광주시장 표창과 더불어 오포 2, 광주 하수처리장의 수주로 이어졌다. 환경신기술 인증기술로 고도처리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BBF는 부강테크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으로 자리잡으며 하수처리시장 진출의 서막을 열었다.

 

현장에서 완성된 독자 솔루션

BBF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방류수질기준 맞춤이 가능하다. 재이용, 오염총량제 등 점차 까다로워지는 정책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BBF의 강점이다. 둘째는 부지집약화 기술이다.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하수처리장의 소요 부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여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된 지역에서 더욱 유리한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시설개선이 간편하다. 트렌드에 따라 간이공공처리부터 주처리, 고도처리, 초고도처리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만의 하수처리 솔루션을 갖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설비 기계 중심의 BCS와 달리 BBF는 토목 중심의 공법이다. 따라서 노하우가 없었던 초기에는 많은 실수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반응조를 공사하면서 자재운반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지지대를 설치해 재시공한 현장, 동파방지를 위해 현장에 설치한 파일럿 유입수의 배관에 열선을 감아 두었다가 불이 난 현장, 산기관의 위치를 수도 없이 변경하고 약품까지 전면 재검토하며 최적화된 운전방식을 고민하던 현장, 두 번의 침수 등을 겪으며 최종 준공까지 10년이 걸린 현장, 설계까지 마치고 인건비 하나 못 건지며 고스란히 날린 현장도 있었다.

비록 돈을 주고 경험을 사는 값비싼 경험이었지만 우리는 모든 경험을 고스란히 우리만의 노하우로 녹여냈다. 실수도 경험이고 성공도 기술이었다. 좌충우돌 실패 속에서도 우리는 모든 것이 우리의 자산이라는 믿음으로 실제 현장의 경험을 성공자산으로 축적하며 우리만의 독자적인 하수처리 솔루션을 만들었다.

파손된 산기관

파손된 산기관

침수된 현장

침수된 현장

 

하수재이용 원천기술 수출(2007)

BBF의 첫 해외 진출지는 중국이었다. 부강테크는 국내 최초로 한국 정부의 EDCF 차관을 이용하여 공자의 고향인 중국 곡부시에 BBF의 하수 재 이용수 원천기술을 수출했다. 당시 중국은 하수처리장의 보급이 막 시작되던 때였고 세계 각 나라로부터 차관을 공여 받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부강테크가 가지고 있던 하수 재 이용수 원천기술을 알아주지 않았다. 우리는 제안하는 프로젝트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결국 국내 시장의 높은 벽에 한계를 느낀 우리는 해외시장에서 먼저 기술력을 입증하고 이를 다시 역으로 한국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는 이를 위해 해외사업팀을 신설했고 처음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중국 곡부시의 하수처리시설 수주였다.

이 프로젝트는 곡부시에 있는 한 화력 발전소에 쓰일 냉각수 공급을 위해 발전소에서 300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하수처리장의 물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2007년 준공된 하루 3만 톤 규모의 이 시설은 재이용된 하수를 발전소에 냉각용수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BBF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로부터 중국 8대 하수처리기술로 선정되었다.

2007년 10월 18일 건설읿보

2007년 10월 18일 건설읿보

중국 곡부시 공공하수처리시설

중국 곡부시 공공하수처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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