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Membrane시장 도전

 

VSEP 도입(2001)

부강테크의 Membrane 사업은 첫 현장인 김해와 포천의 가축분뇨 후단처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의 가축분뇨 처리기술은 주처리만큼 후단 처리과정이 복잡했다. 따라서 이를 단순화하기 위해 Membrane을 도입한 것이 사업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국내 Membrane 업계는 가축분뇨처리가 마지막 남은 금맥이라며 모두들 달려들어 테스트를 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테스트는 모조리 실패했고 고농도 폐수에서 제대로 가동하는 Membrane조차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최대 물 산업 전시회인 WEFTEC에서 고농도에서도 가동하는 Membrane이 소개되었다는 소식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첫 현장을 기필코 준공하고 말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홀홀 단신 미국으로 날아간 김선배는 2001년 1월 1일 미국 NLR과 VSEP 수입 계약을 성사시키고 돌아왔다. 한국에는 팔지 않겠다는 NLR을 설득하기 위해 100만 불이라는 선 보증금 지급과 통상적인 계약보다 훨씬 더 불리한 조건으로 겨우 얻어낸 계약이었다. IMF 여파로 환율이 1,600원에서 1,700원 대를 오르락내리락하던 때라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VSEP 도입은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도입기술의 한계

VSEP은 김해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에 첫 적용되었다. 그러나 김해시설 준공이라는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이번에는 NLR에 지불한 선 보증금 100만 불에 대한 부담이 몰려왔다. 당시 세계 최고 기술로 평가받고 있던 VSEP인 만큼 수요처만 잘 발굴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삼성정밀화학에 VSEP을 적용하자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식품이나 알약 등의 코팅재로 사용되는 메셀로오스의 성상이 VSEP과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삼성정밀화학에 납품된 VSEP은 폐수처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었다. VSEP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삼성정밀화학, 포천, 영덕, 울진, 대림, 전주 소각로 등 다수의 현장에 적용됐다. 그러나 고농도 폐수에서도 잘 작동한다는 세계 최고의 VSEP은 도입 초기부터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잦은 기계고장에서 운전성능 미달까지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제조사인 NLR은 A/S를 받으려면 장비를 해체해 미국으로 보내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VSEP이 작동되지 않으면 전체시설을 가동 중단해야 하는 고객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NLR의 대응에 고객사의 불만이 커져갔다.

삼성정밀화학에 설치된 VSEP

삼성정밀화학에 설치된 VSEP

성능미달로 철거된 VSEP

성능미달로 철거된 VSEP

 

FMX 개발 선언(2002)

한국기계연구원과 개발한 Fil-Max 실험기기

한국기계연구원과 개발한 Fil-Max 실험기기

2002년 우리는 ‘고농도 Membrane 개발’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선언했다. 내부적으로 기계에 대한 경험도 노하우도 부족했지만 기술 없는 서러움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난 후 우리의 의지는 무엇보다 굳건했다. 독자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어설픈 외국기술에 종속되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는 악순환을 감수해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새롭게 개발팀을 구성하고 한국기계연구원의 최상규 박사팀과 함께 FMX 개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2년을 목표로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R&D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비용만 들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가던 중 개발팀은 최상규 박사가 제안한 ‘와류 발생형 로터’ 기술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Membrane 표면에 소용돌이 현상을 일으켜 오염물질이 쌓이는 것을 막아 주는 와류 방식이 성공하면 진동방식인 VSEP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FMX 개발 성공(2005)

대전과학공원에 전시된 FMX 개발자, 박기택 선배의 손도장

대전과학공원에 전시된 FMX 개발자, 박기택 선배의 손도장

당시 부강은 더 이상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목표 기간을 훨씬 지나 개발 5년 차에 접어든 R&D는 당초 5억 원 정도 예상했던 예산이 40여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회사 재정까지 바닥내고 있었다. 경영팀에서는 개발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개발팀은 경영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을 투입하며 개발을 이어갔다. 한 겨울 물에 젖은 장갑을 낀 채 일하다가 동상에 걸리고 장비 안의 물이 얼어붙어 부속품과 전체장치가 파손될 위험에 처하자 모두가 매달려서 장비를 녹이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규정을 무시하고 개발에만 매진하다 허리부상을 당해 단체로 병원에 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엄혹한 시련의 시기를 지나 고생 끝에 완성된 시제품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VSEP보다 성능이 3~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다. ‘혹시나 실험에서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닐까?’ 개발팀은 두 번 세 번 실험을 반복했지만 높은 성능이 유지됐다. 이 때부터 개발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2006년 기술이 완성되고 개발팀은 곧바로 국제 특허를 냈다. 볼트 하나에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개발팀은 쾌재를 불렀다. 2007년 FMX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한민국 10대 기술’로 선정됐다.

 

삼성정밀화학 수주(2005)

FMX 데모 장비는 VSEP의 잦은 고장으로 가동중단 위기에 처해 있던 삼성정밀화학에 가장 먼저 무상 납품되었다. VSEP 한국 에이전트로서 고객문제에 적극 대응하고자 했던 책임정신의 발현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사업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MX 데모장비는 시운전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회전 RPM 상승으로 모터에서 트립 현상이 발생했다. 개발팀이 어렵사리 트립 현상을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Membrane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좌절할 수만은 없었다. 개발팀은 울산공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미완의 FMX를 VSEP보다 더 성능 좋은 장비로 완성해가는 모습으로 부강테크에 대한 신뢰를 심었다.

2005년 삼성정밀화학에서 Membrane의 추가발주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 최고라는 VSEP과 미처 완성되지 못한 FMX의 경쟁 구도였다.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인식의 바탕이 된 부강테크 특유의 책임정신과 국산 원천기술을 개발해낸 도전정신이 있었다.

우리는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VSEP의 한계를 지적하고 향후 개선될 FMX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VSEP의 횡포에 지쳐 있던 삼성정밀화학은 비록 기술적인 미숙함이 있지만 현재보다는 미래를 강조한 FMX의 가능성을 믿고 부강테크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완의 FMX가 파격적인 저가 제안까지 시도한 VSEP을 제치고 당당히 수주에 성공한 것이었다. FMX는 삼성정밀화학 메셀로오스 폐수처리 공정의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7기가 납품되어 가동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에 설치된 FMX

삼성정밀화학에 설치된 FMX

삼성정밀화학 FMX 4, 5호기 추가 증설

삼성정밀화학 FMX 4, 5호기 추가 증설

 
21 b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