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위 데이터센터" 역발상 탄소중립 '부강테크'


[인터뷰] 수처리 전문기업 부강테크 박기택 부사장
하수처리장 지하로 내리고 데이터센터 열 에너지 재활용
1일 5만톤 이상 하수처리장 부지에 147개 센터 건립 가능
관련 기업 모아 '밸류체인 클러스터' 만들고 해외진출 꿈꿔


"하수처리장은 도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동시에 주민들에게 기피시설이기도 합니다. 데이터센터는 도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설인데 부지 등 문제로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지하에 하수처리장을, 그 위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합니다."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의 결합. 일석이조, 일거양득의 역발상이다. 발칙한(?) 아이디어는 국내 수처리 대표기업 부강테크에서 시작, 구체화하고 있다.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을 만나 하수처리장이 데이터센터를 품게 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이 하수처리장 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효원 기자]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이 하수처리장 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효원 기자]

◆ "하수도 처리하고 에너지도 아끼고"

"서울의 하수처리장은 일제시대 때 서울 동서남북 외곽에 지어졌어요. 그런데 도시가 확장하면서 하수처리장이 도심 내로 들어왔죠. 안 그래도 땅이 부족한데, 넓은 면적의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이 도심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반대로 데이터센터는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세운다. 부족한 도시 부지와 비싼 땅값 때문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의 수요는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데이터센터는 도시 내에 있어야 한다.

박기택 부사장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안이 데이터센터를 품은 하수처리장"이라고 제안했다. 오래된 하수처리장을 개량해야 할 지방정부와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부지를 찾는 민간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묘수다.

하수처리장 위에 데이터센터가 있으면 좋은 점이 또 있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가동될 때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 하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에어컨이나 냉각장치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하수처리장 내에서 다양한 용도로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다.

박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의 새로운 결합은 탄소중립 측면과 규제특례 관점에서 과기부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실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대전시와 시범사업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강테크에 따르면 전국의 하루 5만 톤 이상 하수처리장 1차 침전지 부지에 총 147개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가능하다. [사진=부강테크 제공]

부강테크에 따르면 전국의 하루 5만 톤 이상 하수처리장 1차 침전지 부지에 총 147개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가능하다. [사진=부강테크 제공]

◆ 아이디어 시작, 끝까지 파고드는 R&D 정신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비결은 끈질기게, 그리고 끝까지 파고드는 R&D 정신이다. "하수처리장에서 녹조를 키운다거나, 처리장 위에 공원, 스마트팜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데이터센터가 시대의 흐름에 잘 맞아 떨어졌죠."

데이터센터를 짓는 아이디어는 '투모로우 워터(Tomorrow Water)'라는 이름의 R&D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하수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돈을 써서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처리장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요."

부강테크는 하수처리 운영비를 절감하고, 시설의 부가가치는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투모로우 워터 프로젝트는 하수처리장에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AI를 기반으로 통합 공정을 운영한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부강테크의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KISTI와 부강테크는 물산업협력커뮤니티를 만들고 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부강테크 제공]

KISTI와 부강테크는 물산업협력커뮤니티를 만들고 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부강테크 제공]

◆ 밸류체인 클러스터로 해외시장 동반진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내 산업생태계 측면에서도 좋아요.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공간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요. 데이터센터는 건물은 하나지만,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과 연계하면 무한히 뻗어 나갈 수 있어요."

부강테크의 미래 무대는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이다. 혼자서는 어렵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과 함께 '밸류체인 클러스터'를 만들어 함께 진출하고자 한다. 박 부사장은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도, 또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동료 기업이 필요하다. 기업과 기업 사이의 공백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메꿔줄 수 있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현재 부강테크의 구상은 수처리 파트와 열 전환 파트, 그리고 데이터센터 등 3개의 파트에서 클러스터를 만들고,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부강테크는 수처리 파트에서 앵커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기업과 기업의 가치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던 KISTI도 부강테크와 협업하고 있다. 박기택 부사장은 KISTI 내부 산학연 지식공동체인 '아스티(ASTI)'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KISTI는 경상북도에서 물산업 연구회를, 대전에서는 데이터기반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운영하며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박기택 부사장은 부강테크를 '기술개발'로 먹고사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임직원이 100명이라면 절반은 돈을 벌러 다니고, 나머지는 돈을 써서 R&D 하는 곳이다. 그 어떤 기업보다 기술에 대한 욕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출처 : 헬로디디(https://www.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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