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시스템 UN 표준모델 됐죠

 

- UN `글로벌지속가능리더 100인` 김동우 부강테크 창업자
- 획기적인 에너지 저감기술
- 아나목스 국내 첫 상용화
- 미래 水처리 AI가 성패 좌우


"경제가 위기일 때 창업하는 게 더 좋다고 전 믿습니다. 기업은 시련에 견디는 내성을 가질 수 있죠. 일자리가 부족하니 좋은 인재를 구하기도 쉽습니다."

지난 18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김동우 부강테크 창업주(미국법인 대표)는 자신의 창업론(論)을 가장 먼저 말했다. 공인회계사로 일했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6개월 후인 1998년 6월 1일 수처리 기업인 부강테크를 세웠다. 김 창업주는 "회계사로 일하며 모은 돈과 집까지 담보로 대출을 내서 당시는 생소했던 하수처리시장에 뛰어들었다"면서 "미국시장 진출을 결정한 때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사업 자금을 빌리기 쉽지 않은 때였다"고 회상했다. 김 창업주는 "외국 기업이 장악한 수처리시장에서 20여 년간 분투한 끝에 이제는 부강테크의 하수처리 시스템이 유엔의 표준모델로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부강테크는 대기업과 외국 기업이 차지한 일반 하수시장 대신 가축 분뇨 처리 사업을 발굴하며 기업의 토대를 다졌다. 그는 "한국은 국토가 좁아 축산업이 영세하고 처리 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창업한 후 10년간은 가축 분뇨 처리 분야에 집중해 현재 국내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강테크는 최근 5년간 꾸준히 200억~300억원대 연 매출을 기록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달 기준 102명인 임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석·박사 학력을 갖췄을 정도로 기술 인력도 많다.

김동우 부강테크 창업주

김동우 부강테크 창업주

부강테크는 국내 최초로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각종 오염물질을 비롯한 유기성 폐기물을 통합 처리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아나목스(Anammox)`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 창업주는 "이전까지는 하수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폐기물을 한데 모아 처리해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자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아나목스는 전 세계 하수처리 업계의 `아이폰`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부강테크의 아나목스 기술을 활용한 하수·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에서 테스트 중이다.

아나목스와 함께 부강테크는 미국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에도 진출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도시화에 따라 하수처리장 규모를 기존 대비 줄이면서 정화력은 높이는 현대화가 각국 지방정부의 화두가 됐다. 부강테크는 GS건설과 함께 서울시 중랑물재생센터 1차 현대화 사업을 지난해 3월 성공적으로 완수해 세계적 선례를 남겼다.

김 창업주는 "애초 사업 규모는 200억원이었는데 하루 하수처리 목표치인 25만t보다 설비의 실제 하수처리 능력이 16만t 정도로 훨씬 떨어졌다"며 "기존 설비를 갈아엎고 시범 테스트 중이었던 차세대 시스템을 긴급히 적용하면서 손실을 100억원 넘게 봤지만 사업을 체계화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GS건설도 성과에 만족해 부강테크에 300억원 지분 투자를 결정했고 현재 미국 미시간주 제네시카운티에서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 실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53세가 된 김 창업주는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협회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전 세계 가장 지속가능한 혁신기업 리더 100인` 명단에 올랐다.

올리비에 보상 록시땅 설립자, 청웨이 디디추싱 최고경영자(CEO), 앤서니 탄 그랩 CEO 등 쟁쟁한 기업인들과 함께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주문에 맞게 하수처리 설비를 3차원(3D)으로 설계해주는 플랫폼 `워터AI`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그는 "하수·폐기물 처리장을 기업에 맡겨 설계·설치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워터AI는 부강테크가 그동안 축적한 설계 데이터를 토대로 조건만 입력하면 원하는 3D 설계도가 나오는 플랫폼이다. 우리는 한국 정부와 협력해 이 플랫폼을 비영리 목적으로 개방하고, 개발도상국과 설계도면대로 수처리장을 만드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창업주는 "32세에 부강테크를 처음 세울 때는 돈이 목적이었다. 10년이 지나자 목표는 `재미`가 됐고, 쉰 살을 넘기니 사업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가치`는 개도국 시민들도 저비용으로 수처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유엔 SDGs 혁신기업 리더로 선정된 것도 영리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이라며 "한국 정부도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는 만큼 `워터AI`의 상용화에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